생명윤리 이론과 법률

< 생명윤리 이론과 법률>

1. 윤리 이론
우리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윤리적 판단과 행동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사고는 윤리적 사고 또는 윤리적 추론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다음 단계는 윤리적 규칙인데, 이때 특정한 상황에서 선택해야 할 행동을 결정하게 된다. 윤리 규칙은 윤리 원칙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윤리 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윤리 규칙은 어떤 행동을 하기 위해 판단 내리는 데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할 수 있게 하여 행동에 옮길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일깨워 준다.
윤리적 판단과 행동 → 윤리 규칙 → 윤리 원칙 → 윤리 이론의 흐름은 정당화의 방향을 나타내고 있다.
윤리 이론 → 윤리 원칙 → 윤리 규칙 → 윤리적 판단과 행동의 흐름은 도덕적 추론에 있어서 연역의 방향을 나타낸다.

1) 공리주의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하므로 경제적 자유주의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공리주의는 19세기 초 영국에서 곡물조례의 폐지와 자유무역을 주장한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의 이데올로기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리주의의 관점에서는 사회적 공리의 증대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의 간섭과 분배를 위한 사회적 입법도 정당화된다.

가. 공리주의의 원칙
공리주의의 원칙은 목적론 또는 결과론적 해석이다. 밀은 행복은 선, 불행은 악이라 말했으며 행위가 행복을 증진하는 경향이 있을 때 옳은 것이며, 불행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 그릇된 것이라 말했다.
또한, 옳은 행위에 있어서 최대 다수에게 최대 행복을 산출하는 행위를 효용의 원리(유용성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행위 중 A를 선택할 때에 그 행위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효용을 안겨준다면, 혹은 적어도 다른 행위만큼의 큰 효용을 안겨준다면 그리고 그런 경우에만 A는 옳은 행위라는 것을 말한다.

나. 행위 공리주의

양적 공리주의자인 벤담은 쾌락을 선으로, 고통은 악으로 보았으며 쾌락이 계랑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따라 고통을 줄이고 선을 재분배하는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양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
쾌락은 행복을, 고통은 불행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본래적 가치는 이러한 행복이나 쾌락 뿐이라고 주장했다. 쾌락주의적 공리주의의 기본 개념은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은 행위라는 것을 말한다.
최대 행복의 원리와 함께 생각할 때 쾌락주의적 공리주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쾌락주의적 공리주의는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가능한 행위 중 그 행위들에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의 쾌락을 극대화함으로써 그들 모두에게 최대 행복을 안겨주는 행위를 선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쾌락의 계산하는 조건으로는 강도, 지속성, 확실성, 근접성, 생산성, 순수성, 범위성이 있다.

다. 질적 공리주의자인 밀은 쾌락과 행복의 특정 경험에는 질적 차이가 있으며, 다른 상황들이 반드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복과 쾌락은 양이 아닌 질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 규칙 공리주의
공리주의는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효용의 원리의 적용 문제에 따라 두 가지 견해가 대립된다.
첫째, 옳은 행위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효용의 원리를 각 행위에 직접 적용시켜야 한다는 행위 공리주의.
둘째, 효용의 원리는 먼저 도덕 규칙에 적용시켜야 하며 그 효용의 원리가 적용된 규칙을 각 행위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규칙 공리주의.
예를 들어, 기형에 걸린 신생아가 살게 되었을 때의 경제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여 기형에 걸린 신생아를 죽게 내버려 두는 행위를 선택하여 경제적 유용성을 선택하였다면, 이는 유용성의 원리에 따른 행위 공리주의자의 선택일 것이다.
규칙 공리주의는 주어진 상황에서 따를 수 있는 여러 도덕 규칙 중에 일반적으로 행할 때 그 행위들에 영향을 받을 모든 사람에게 최대의 효용을 안겨주는 혹은 적어도 다른 규칙을 따를 때 만큼의 효용을 안겨주는 규칙을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한 명이 무고한 사람을 죽여 3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우, 행위 공리주의자에게는 개별적인 행위의 결과가 관심의 대상이므로, 그들은 한 명을 죽이는 행위와 죽이지 않는 행위의 결과에 초점을 맞추어 한 명을 죽이는 행위를 택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규칙 공리주의자는 이 경우 행위자가 따를 수 있는 각 규칙들을 일반적으로 따를 때 야기되는 결과가 관심 대상이다. ‘살인하지 말라’라는 규칙을 일반적으로 따라 행하는 것이 어길 경우보다 더 나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규칙 공리주의자들은 위의 상황에서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일 것이다.

3) 선호 공리주의
선호 공리주의는 개인적 선호도, 나아가 사회적 선호도를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제시한다. 최상의 행위나 정책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무엇을 더 선호하는 지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개개인이 표현하는 욕망에 더 민감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고전적 공리주의 보다 더 명백한 분석 방법과 결정을 위한 규칙들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선호 공리주의는 일반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용납될 수 있는 선호와 그렇지 않은 선호를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나 구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공리주의의 분류

 

4) 칸트의 의무론
의무론이란 결과와 상관없이 의무에 근거한 법칙과 규칙에 따라 해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론을 말한다.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의무론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인간을 이성적이고 자율적인 존재 즉,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법칙을 아는 능력과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결정을 내릴 자유를 지닌 존재로 정의하였다. 결과를 지향하는 결과주의의 대표적인 이론인 공리주의의 입장과는 대조적으로 비결과주의의 대표적인 이론이 칸트의 의무론이다.
자율성을 지닌 인간은 존엄성을 가지며 이는 바로 존경받아야 할 이유가 되며, 도덕적 행위는 선험적으로 정해지는 순수실천이성에 기초한 의무동기에 의한 경우에만 행동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5) 로스의 조건부 의무론
로스는 칸트와 달리 유용성의 중요함을 고려하여 7가지 조건부 의무를 제안하였다. 조건부 의무란 예외 상황이 없을 경우 지켜야 한다는 것을 직관으로 아는 의무를 말한다.
① 신의(약속)의 의무 ② 보상(성실)의 의무 ③ 보은(감사)의 의무 ④ 선행 의무 ⑤ 정의 의무 ⑥ 자기 계발의 의무 ⑦ 악행금지의 의무

 

2. 윤리 이론의 전개

1) 덕 윤리(Virtye Ethics)
아리스토텔레스는 덕(德)이란 행동, 감정, 욕망, 태도 등의 양극단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로움에 도달하기 위한 습관을 형성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2) 정의 윤리(Justice Ethics)
모든 인간을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공평하게 대할 필요성을 의미한다.

3) 통치 윤리(Rule Ethics)
개인의 자유는 결국 이기적 결정에 이르므로 개인의 행동을 통치하는 사회가 개인적 권리와 자유가 최우선 되는 사회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4) 권리 윤리(Right Ethics)
태아의 삶에 대한 권리 대 어머니의 권리, 안락사 등 다양한 현대 윤리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도덕적 접근 방법을 제시해 준다.

 

3. 생명윤리 원칙
뷔챔과 차일드리스는 생명윤리학의 원칙으로, 자율성 존중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선행의 원칙, 정의의 원칙 총 4가지의 원칙을 제안하였다.

1) 자율성 존중의 원칙
자율성은 인간이 의사결정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며, 자율성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와 의사결정 능력이 필요하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이란 인간이 자신의 자율성뿐 아니라 타인의 자율적인 자기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윤리원칙이다.
자율성 존중의 원칙에서 파생된 사전동의는 대상자의 의사소통, 이해력, 자발성, 능력 등을 조건으로 하며, 대상자에게 중요한 사실과 해석, 전문인의 충고와 동의가 갖는 권한 위임 등을 모두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의사는 치료하기 전에 환자에게 치료 과정과 방법, 필요한 약품의 효능과 부작용 등을 거짓 없이 상세히 설명하고 환자는 자신의 자발적 선택과 충분한 설명에 근거하여 치료에 동의해야 한다.
자율성을 존중하려면 우선 개인의 자율적 의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자율적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 대리인의 동의를 구하게 된다. 이때 대리인의 의사결정 기준으로는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이 상황에서 무엇을 원하겠는가?’라는 물음에 답하는 대리 판단 표준과 환자가 의사표현 능력을 상실하기 전에 표명한 생전 유언인 순수자율성 표준 및 그 상황에서 환자의 삶의 질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최선이익 표준 등이 있다.

2) 악행금지의 원칙
간호사들은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다. 악행금지의 원칙은 타인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입히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악행을 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면, 신장이식수술에서 기증자의 신장을 떼어내는 것은 기증자에게는 악행을 행하는 것이지만 다른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 된다. 또한, 환자의 건강회복을 위해 수술로 인한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수술을 불가피하게 시행하는 경우에 수술은 정당화 된다.

3) 선행의 원칙
선행이란 일반적으로 친절한 행위, 동정적 행위, 이타주의적 행위 등을 말한다. 선행의 원칙이란 타인의 선을 적극적으로 증진시키는 윤리 원칙으로서,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하는 소극적인 의무와 타인을 도와주어야 하는 적극적인 의무를 말한다.
선행의 원칙은 악행금지의 원칙을 넘어서 해악의 예방 및 제거와 적극적인 선의 실행을 요구한다. 선의의 간섭주의는 적극적인 선을 실행하기 위해서 환자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경우로서 이득과 손실의 균형을 요구한다.
임상에서 선의의 간섭주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드왈킨이 제시한 조건이 있다. 첫째, 대상자가 관련된 정보를 전혀 모르거나 합리적 사고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경우(자율성의 조건), 둘째 대상자를 제지하지 않으면 반드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경우(해의 조건), 셋째 대상자가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회복되거나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지게 될 경우 현재의 제재의 결정을 시인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생각되는 경우(승인의 조건) 등을 제시하였다.

4) 정의의 원칙
공평한 분배의 문제는 정의의 원칙에 의해서 다루어 진다.
윤리 원칙을 적용하여 윤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현실적인 사례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윤리 원칙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환자가 고통을 줄이고자 안락사를 요청하는 경우 환자의 자율성 존중의 원칙과 악행금지의 원칙 사이에 딜레마가 발생한다. 윤리 원칙이 상충되는 것은 4가지의 윤리 원칙이 각각 도덕이론을 구체화 한 것으로, 자율성 존중의 원칙은 칸트의 도덕이론에서, 선행의 원칙은 공리주의에서, 악행금지의 원칙은 자연법에서, 정의의 원칙은 로스의 정의론에서 근거하기 때문이다.
간호 대상자가 여러 명인데 물리적 한계로 인해 모두 돌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는 ‘누구를 먼저 돌보아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하여 정의의 원칙은 공평한 분배에 대한 윤리적 원칙을 말한다. 의료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경우 환자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어떻게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가에 대한 문제이다. 분배의 종류는 필요에 따른 분배, 노력에 따른 분배, 성과에 따른 분배, 공적에 따른 분배, 균등한 분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4. 간호 윤리 규칙
윤리 규칙은 윤리 원칙의 하위 개념으로서 하나의 원칙으로부터 여러 개의 규칙들이 도출될 수 있다. 간호 윤리와 관련된 윤리 규칙은 정직의 규칙, 비밀유지의 규칙, 성실의 규칙 등이 있다.

1) 정직의 규칙
정직의 규칙은 간호사가 환자나 동료에게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정직을 말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진실 전체와 진실만을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간호사는 정직의 규칙에 의해 대상자와의 의사소통에서 진실한 것만 말하고 속이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

2) 비밀유지의 규칙
비밀유지의 규칙은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종사자들이 환자의 의료 기밀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나이팅게일 서약문의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한다.’라는 내용과 한국간호사 윤리강령의 ‘간호사는 직업상 알게 된 개인의 비밀을 전문적인 판단 없이 개방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은 비밀유지의 규칙에 해당한다. 이러한 간호사가 대상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사생활과 비밀을 지켜주는 비밀유지의 규칙은 간호사의 법적인 의무에 해당되기도 한다.

3) 성실의 규칙
성실의 규칙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규칙이다. 간호사와 대상자의 계약적인 관계에서, 간호사가 대상자에게 성실하게 간호를 제공하는 것은 일종의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성실의 규칙은 간호사가 자신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전문직 간호사로서 신뢰할 수 있는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무를 말한다. 간호업무표준은 간호사가 성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기준으로써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