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와 간호

1. 윤리학 간호윤리학 개론

가. 윤리학
윤리학이란 일반적으로 ‘도덕의 본질과 근거에 관한 철학적 탐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윤리학은 ‘우리가 행동이나 행위의 옳고 그름의 기준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하는 것을 선하다고 할 수 있는가’와 같이 도덕에 관하여 근본적으로 묻고 탐구하는 학문 분야를 도덕철학(moral philosophy) 또는 윤리학(ethics)이라고 한다.
윤리학은 ‘행위 일반의 원리’이며 ‘실천 철학’이다. 윤리학은 고대 그리스인들에 의해 철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윤리적 문제를 탐구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한 이후 아리스토텔레스가 독자적인 학문으로 정립하였다.
에티케 테오리카(ethike theoria)라는 명칭은, 기질(sinnesart)와 성격(chrarcter)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의 토 에토스(to ethos)에서 유래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윤리학은 이른바 최고선 자체에 대한 탐구였다. 최고선이란 인간이 이상의 인도를 받아 그의 모든 행동과 노력을 다하여 인생에서 성취해야할 궁극적 목적을 의미한다.
칸트에 이르러서는 순수한 도덕의 관념이 나타나게 된다.

나. 간호윤리
간호 윤리학은 ‘간호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윤리적 물음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간호사가 의료현장에서 마땅히 따라야 하는 윤리를 미리 전제하지 않고 하나의 열린 물음으로 놓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 윤리의 경우 윤리를 두 가지로 해석하는데, (1) 현재 간호사들이 간호 현장에서 ‘실제로 따르고 있는 윤리 규범과 윤리 원칙’을 의미하고, (2) ‘간호사들의 간호행위(intervention)를 안내하는 지침’으로 간호사들의 일상적, 관행을 지배하고 지도하는 이상적인 윤리 규범과 윤리 규칙을 의미한다.
간호사는 임상현장에서의 환자와의 관계에서 윤리적 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환자를 매개로 하여 환자 건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의사와 협력하며 동료간호사와 공동으로 환자를 돌보고 다른 보건의료 종사자들과 협력관계를 맺는다. 즉, 간호사는 환자의 건강을 목적으로 의사와 동료 간호사, 기타 보건의료 종사자 등과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환자와는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결국, 간호활동에서 간호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간호사는 환자를 잘못된 의료로부터 보호할 윤리적 의무를 가지는데, 이것을 환자의 ‘실존적 옹호자’로서 간호사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옹호와 보호가 없으면 권리 자체가 불가능하기 떄문에 옹호자는 매우 중요하다. 의료 특성상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간호사라는 것이 환자의 옹호자로서 간호사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간호사는 의사에 비해 환자와 함께하는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즉, 환자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간호사가 환자의 가치관이나 윤리를 더 잘 알고 있으므로 임상적 차원이나 이론적 차원에서 논의할 때에는 간호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2. 간호 윤리학의 분류

가. 기술윤리학(descriptive ethics)
기술윤리학은 윤리적인 문제의 기본 본질과 내용을 평가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가, 갈등의 해결 그리고 해결에 대한 근거에 관한 내용을 구성함으로써 윤리문제의 기본 본질을 개념화한다.

나. 규범윤리학(normative ethics)
규범윤리학은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체계적이고 비판적으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정당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도덕적으로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다. 메타윤리학(meta ethics)
메타 윤리학은 윤리적 추론의 논의, 유형, 의미를 분석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3. 간호 윤리학 역사
초기 기독교 시대의 간호사업은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이웃 사랑의 계명에서 시작되었다. 19세기 인류애를 바탕으로 하는 나이팅게일의 간호에 대한 이념은 기독교 윤리의 전통과 합해져서 현대 간호 윤리의 초석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간호 윤리의 대표적인 예로는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들 수 있다. 이 나이팅게일 선서문은 1893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시 하퍼 병원 간호학교 졸업식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것으로 히포크라테스 서약문을 기반으로 하여 나이팅게일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간호교육은 1903년 정동의 부인병원인 보구녀관(한국 최초의 근대식 여성병원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의료원의 전신)에서 시작되어 이후 서양식 병원에서 서양 선교 간호사들이 교수로 구성된 간호학과를 설립하고 교육을 시작하였다. 졸업식과 나이팅게일 선서식, 핀 수여식 등과 같은 행사에 나이팅게일 선서문을 낭독하는 전통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4. 돌봄의 개념과 간호 윤리
간호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의무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보며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가. 간호본질로서 돌봄
간호에서 돌봄의 현상에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80년대부터 환자의 의료 선택권이 확립되는 시기부터이다.
돌봄은 간호에서 핵심이라든가 본질로 설명된다. 돌봄에 대한 개념에는 인간의 한 특성으로서의 돌봄, 도덕적 명령이나 이상으로서의 돌봄, 정서로서의 돌봄, 대인관계로서의 돌봄 그리고 치료적 중재로서의 돌봄이 있다.
간호학자들은 돌봄을 간호중재 방법으로도 다루고 있으며, 윤리적인 이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 개념은 ‘동정, 공감, 관심, 지지, 양육, 사랑’등의 구성체를 가지며 전문적인 돌봄은 ‘있어줌, 지지, 공감, 의사소통, 도움, 시간, 교호성’이라는 소개념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돌봄의 내용은 ‘몸의 편안 도모, 마음 안정의 도모, 자리 지킴’등이다.

나. 윤리 원칙으로서 돌봄의 원리
윤리학에서 돌봄의 원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길리건의 ‘심리이론과 여성발달’의 발간부터이다. 길리건에 의하면 권리의 도덕에서 중요한 것은 평등의 개념이며, 책임의 윤리에서 중요한 것은 형평성이다.

다. 간호윤리와 돌봄 행위의 원리
프라이는 간호윤리학에서 가치의 기반은 간호사-환자 관계의 본질에서 유도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돌봄은 간호의 도덕 사회적 이상과 강하게 연결된다라고 말하였다. 호노르는 돌봄이 선행의 원리와 중복된다고 하였다.

5. 간호사 윤리강령

가. 윤리강령
윤리강령은 전문직 집단의 구성원이 따라야 하는 윤리적 가치와 행동을 규정한 것이다. 윤리강령은 법은 아니지만 전문직의 직업적 자율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며, 동시에 전문직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사회에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강령은 전문직의 직업적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윤리강령의 내용만 지키면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윤리강령은 전문직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최소한 지침을 제공하는 간결한 형태로 제정된다. 따라서 윤리강령은 모든 상황에 분명한 지침을 주기보다는 광범위한 윤리적 방향을 제시하며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나. 간호사 윤리강령
간호사 윤리강령은 간호직의 일차적 목표와 가치를 명백히 함으로써 (1) 간호직에 들어오려는 사람에게는 교육과 성찰의 자료가 되어준다. (2) 간호직 내에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평가와 동료 평가의 기준이 되고 (3) 간호직 밖에서는 간호사의 윤리적 행위에 대한 기대 수준의 지표를 제공한다.
간호사 윤리강령은 간호 양심과 철학의 집단적 표현으로서 간호사가 윤리적 책임을 인식하게 한다. 또한, 간호행위를 안내하고 평가하기 위한 일반적인 원칙을 제공하며 간호사들이 윤리적 의사결정에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그러나 간호업무 수행 중 일어나는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간호사 윤리강령은 간호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의 체계적인 탐구를 위한 출발점을 제공하고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 윤리 규약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규약 자체를 초월하여 논쟁하게 된다.
대한간호협회는 1996년 윤리위원회를 발족하였고 윤리강령을 제정하여 1972년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에 한국간호사 윤리강령을 공포하였다. 이후 대한간호협회는 한국간호사 윤리강령의 수정 및 보완을 위하여 1983년 1차 개정, 1995년 2차 개정, 2006년 3차 개정, 2013년 4차 개정, 2023년 5차 개정을 수행하였다. 한국간호사 윤리강령은 서문과 각론으로 구분되는데 서문은 간호의 이념과 책무, 간호사의 전문적 역할, 윤리강령 제정의 목적 등에 대한 서술문이고, 각론은 3개 영역 중 총 16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 대한간호협회의 한국간호사 윤리
대한간호협회는 2006년 한국간호사 윤리선언, 2007년 한국간호사 윤리지침을 제정하였고 2014년 1차 개정, 2023년 2차 개정을 실시하였다.
한국간호사 윤리선언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옹호함으로써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숭고한 사명을 공포하고, 국민의 건강 증진 및 안녕 추구를 삶의 본분으로 삼고 이에 대한 실천을 다짐하고자 제정하였다. 한국간호사 윤리선언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어떤 상황에서도 간호전문직으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유지하며, 최선의 간호로 국민 건강 지킴이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2) 인간 생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첨단 의과학 기술을 포함한 생명 과학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견지하며 부당하고 비윤리적인 의료행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3) 간호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모든 보건의료종사자의 고유한 역할을 존중하며 국민 건강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
한국간호사 윤리지침은 간호사 윤리선언과 윤리강령의 기본정신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지침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 및 안녕을 증진하고 인권 신장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하였다. 2014년 1차 개정 후 2023년에 한국간호사 윤리선언과 윤리지침을 2차 개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