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장애(psychological disorder)
사람들은 심리장애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우리도 불안, 우울, 고립감, 의심 등을 느끼고 살아가지만 그 강도가 경미하거나 지속시간이 짧다.
상실 사건을 경험한 후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못한다면 그 사람 우울인가? 아니면 슬픔인가? 아니면 상실 사건 없이 사회활동을 안하고 있다면 무엇일까?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풍자소설 '돈기호테'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이 세상의 모든 부정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소설의 주인공인 돈키호테의 행동에 대해 사람들은 조롱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는 꿈을 위해 노력과 용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돈키호테의 행동은 정상인가? 아니면 비정상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인가?
심리장애란 '인지, 정서조절 또는 행동에서 임상적으로 심각한 와해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즉, 인지, 정서조절 또는 행동 증상들의 집합을 말한다. 정의된 심리장애의 개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세부적인 기준은 시대를 따라 변한다. 따라서 심리장애의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2. 이상과 정상의 구분 기준
1) 사회문화적 기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말 처럼 모든 문화에서는 그 문화와 사회에서 용인되는 행동 기준이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기준에 이탈하는 행동은 이상행동 또는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한 사회와 문화권에서도 행동의 규준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상행동보다는 개인적인 차이로 보는 경향이 더 많이 늘어났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개념은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르며, 한 사회와 문화 속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2) 통계적 기준
통계적인 기준으로 평가했을 때 정상범주를 벗어나 있을 경우 이상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키, 체중, 가숨둘레, 지능 등의평균이나 정상범주에서 심하게 벗어난 경우를 비정상으로 간주한다. 지능이 정상보다 심하게 낮은 경우는 정신지체라고 하지만, 지능이 심하게 높은 경우도 영재라고 하며 둘 다 이상으로 분류한다. 이는 심리검사 평가에도 적용된다.
이상행동의 정의에서는 통계적인 측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그 이외의 다른 측면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3) 부적응 행동
개인의 행동이 어떤 다른 개인에게 또는다수의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이상행동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교사나 같은 반 친구들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묻지마 범죄나 연쇄살인과 같은 반사회적인 행동은 이상행동으로 간주한다.
4) 사적고민
개인의 불안감, 우울감, 초조감, 불면증 또는 식욕상실 등 고통을 심하게 호소하여 괴로워하는 경우 사적고민에 해당되며 정신적인 이상으로 구분되는 기준에 포함된다.
이러한 4가지 기준들 중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만 이상과 정상을 구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상행동의 구분에는 앞에서 제시한 기준 모두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심리장애의 모델
심리장애를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다. 우리가 심리장애에 대해 원인을 이해하고 설명과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는 특정 심리장애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일련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포함하는 틀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개념에 대한 틀을 과학자들은 모델이라고 칭한다.(William D. Spaulding, 2003)
1) 의학 모델 (질병의 원인과 결과에 초점을 맞춘 모델)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필립 피넬은 중세 정신병원의 잔인한 치료법에 반대하고, 심리장애는 악마의 침입이 아니라 심한 스트레스와 비인간적인 조건이 주는 마음의 병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신병의 의학적 모델을 확립하였다.
의학적 모델은 '질병은 진단되고 치료되며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신체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심리장애를 적용하여 설명하면 '심리장애(정신병리)는 진단이 가능하고 치료를 통하여 완치될 수 있으며, 여기에는정신병원 입원의 치료를 포함한다.'는 개념이다.
의학적 모델이 신체적 또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정신질환을 규명하고자 하기에 의학·생물학적 모델이라고도 부른다. 즉, 정신질환과 심리장애도 신체적 질병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원인에 의해 생기는 일종의 질병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약물이나 수술 등 생물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의학·생물학적 관점은 현대에서도 여전히 사용되는 개념으로 뇌와 신경계의 구조 및 생리적현상, 유전 등에 대한 연구와 발견을 주축으로 하는영역이다. 이는 CT나 MRI와 같은현대 과학기술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2) 생물·심리·사회적 모델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은 정신질환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론 모델 중 하나이며, 그 중에서도 비교적 통합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는 모델이다.
조지 엔젤은 이상행동과 정신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을 주장하였다.
이 모델은 질병이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변인들을 각각 독립적인 별개의 요인으로 여기지 않고, 세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가정을 기초로한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질병의 원인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는 생물·의학적 모델과는 다른 입장을 취한다.
질병에 영향을 주는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유전자, 물리적 외상, 감염 또는 호르몬의 불균형, 영양소 부족 등이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성격, 자기통제력, 정서적 안정성, 스트레스, 학습된 무기력 등이 건강과 관련된 행동에 영향을 줌으로써 질병을 유발한다. 사회적인 요인으로는 역할, 기대, 가정의 경제적 환경, 직장에서의 해고, 배우자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스트레스 사건과 문화적 영향이 포함된다.
생물학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다운증후군과 같은 정신질환은 염색체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동시에 뇌의 구조적 이상과 같은 신경해부학적 요인과 간질 등으로 대표되는 신경전달물질 및 내분비 계통의 이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신경생리학적 요인 등이 포함된다.
심리적 요인으로는 먼저 인지적 요인에서 부적응적 인지도식, 역기능적 신념, 부정적 사고, 인지적 편향, 인지기능의 결손 등이 정신질환의 유발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 밖에 정서 및 동기나 행동적 요인 및 발달적 요인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한다. 사회적 요인은 결혼, 가족 구조, 직업, 거주 지역 등과 같은 개인적 환경 요인을 포함한 성 차별, 인종 차별, 낙인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 가난과 빈곤 등으로 대표되는 사회 경제적 요인 및 개인주의적, 성취 지향적, 경쟁적인 사회 문화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요인을 포함한다.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은 동일한 정신질환이 여러 가지 다른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즉, 같은 정신질환이라 하더라도 그 유발요인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이라도 강렬한 한 두가지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도 있고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유발될 수도 있다.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은 동일한 요인이 다른 다양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점을 말하고 있다. 또 같은 요인이라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 요인들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여 서로 다른 다양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치료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의 투입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정신분석 모델
정신분석 이론은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기초적인 가정을 세워두고 있다. 첫번째 전제는 심리적 결정론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은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으로, 아무리 사소한 행동, 심지어 실수라도 그 행동의 기저에는 심리적 원인이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무의식이다. 무의식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적 영역으로, 인간의 행동은 의식보다 무의식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설명한다. 무의식은 성적인 욕구와 공격적인 욕구를 기본적인 욕구로 가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인간의 행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신분석이론은 어린 시절의 초기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성격을 형성하고, 어른이 되어 나타나는 정신질환 등에도 핵심적인 영향을 준다고 가정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은 세 가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원초아, 자아, 초자아가 바로 그것이다. 원초아는 인간이 본래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욕망의 덩어리로, 성적 및 공격적 욕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모든 행동의 원동력이다. 자아는 원초아가 현실에서 발현될 때 좀 더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돕거나, 현실에서 적절하지 못한 원초아의 욕구를 통제하는 등 인간이 현실에서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한다. 초자아는 흔히 말하는 양심과 같은 것으로, 도덕원리 등에 맞추어서 원초아나 자아를 벌주는 재판관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성격구조, 특히 자아의 기능 및 역할에 문제가 생길 때 그 결과로 정신질환이 나타나는데, 주로 자아가 원초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발현한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자아의 기능을 강화하고 자신의 욕망을 적절히 실현하고 통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지름길이다.
안나 프로이트는 아버지 프로이트의 이론을 정립하여 정신방어기제를 체계화하였다. 방어기제란 자아가 불안을 느낄 때 무의식적으로 선택되는 심리작용이다. 방어기제의 종류는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본능적 욕구들을 사회가 수용 가능한 상태로 대리 만족하는 승화와 행동 속에 숨어있는 실제 동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자아가 의식해서 용납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유를 대는 합리화, 열등감과 결점을 채우기 위해 상상 등으로 우월감을 채우거나 한 가지 능력에 대해 우얼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상이 있다.
4) 행동주의 모델
파블로프는 고전적 조건 형성부터 조작적 조건 형성 및 사회적 학습까지 그 원리는 다양하며, 공통적으로 인간과 주위 환경의 상호작용과 이로 인한 결과에 초점을 두었다. 행동주의 학파는 관찰될 수 있는 인간의행동을 주로 연구하는 학파로, 행동주의에서는 인간 및 유기체가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는 과정과 원리에 큰 관심을 가지며 많은 연구를 통해 다양한 학습원리를 제시했다.
행동주의에서는 인간의 정신질환이나 이상행동이 잘못된 학습을 통해 나타난다고 보고, 잘못된 행동을 없애고 적절한 행동을 학습시키는 것을 치료의 주 목표로 삼는다. 어떤 행동의 빈도를 감소시키거나 제거하는 것을 처벌이라고 하며, 반대로 특정 행동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을 강화라고 한다. 처벌과 행동은 행동주의의 기초가 되는 개념이며, 이를 활용한 정신질환의 다양한 치료법은 많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5) 취약성-스트레스 모델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은 앞의 다른 모델들과 달리 특정 이론에 기반을 두지 않는 통합적 모델이다. 생물·심리·사회적 모델의 기초가 된 모델이라 할 수 있는데, 크게 취약성과 스트레스라는 두 가지 관점을 통해 정신질환을 설명한다.
유전적으로 특정 정신질환에 큰 위험성을 가진 개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개인은 특정 정신질환에 걸릴 취약성이 크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정신질환이 나타나지 않는데, 높은 취약성을 가진 개인에게 심리 사회적 스트레스, 즉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충분히 주어지면 그때 정신질환이 나타나는 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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